‘밥통’ 출범 10주년, 출동하지 않는 그날이 올 때까지 [포토IN] 신선영 기자 “든든하게 잘 먹었습니다.” “따뜻하네요.” 김이 모락모락 나던 그릇을 싹 비워낸 이들이 인사를 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하 밥통)의 박민선 상근 활동가와 밥알단(자원 활동가)의 표정도 밝아졌다. 11월16일 저녁 서울 명동 거리, 속을 든든히 채운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 영하의 날씨에 문화제를 열었다. 어두워진 농성장 옆 밥통의 노란 차가 환한 조명을 켜놓고 있었다.노동자, 장애인,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와 한 끼의 식사로 연대해온 밥통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밥차’는 10년 전에도 있었다. 쌍용자동차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노란봉투법 ‘생애사’ 전혜원 기자 이번 21대 국회 들어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통과시켰다(이전에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랫동안 ‘잠자던’ 노란봉투법은 어떻게 깨어나 국회를 통과했나. 그 과정에서 법의 방점은 어디로 이동했나. 그리고 어디에서 왜, 막혔나. 노란봉투법의 ‘생애사’를 들여다보면, 정치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노란봉투법’의 탄생노란봉투법은 같은 이름의 캠페인에서 시작한 법이다. 2013년 12월,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배춘환씨는 〈 교사에서 기후운동가로, 이 노년이 사는 법 [사람IN] 이오성 기자 여기 좀 특별한 ‘어른’들이 있다.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나선 60세 이상 어른들이다. 이름하여 ‘60+기후행동’. 고도성장의 한복판에서 청장년기를 보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기후위기를 초래한 당사자가 된 세대다. 물론 닥칠 위기를 피할 길 없는 세대라는 점에서 이들 또한 명백한 피해자이기도 하다.이들은 지난달 세계노인의날(10월1일)을 맞아 ‘신노년 선언’을 발표했다. 행동하고 연대하며, 표현하고 향유하는 새로운 노년이 되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이었다. 한국에도 서구처럼 기후운동에 앞장서는 노년 세대인 ‘그레이그린(Grey Green)’이 노란봉투법 제안한 시민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배춘환(노란봉투 캠페인 제안자) 10년 전, 시민 배춘환씨가 〈시사IN〉 편집국에 4만7000원을 보내왔다. 47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달라는 뜻이었다. 노란봉투법은 그 4만7000원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11월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을 제안한 시민 배춘환씨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 편지를 싣는다.윤석열 대통령님께저는 10년 전 겨울에 한 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다는 기사를 본 ‘아티스트’가 아니라 ‘대중 영화감독’이고 싶어 나경희 기자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76)은 줄곧 겸연쩍어했다. “10년 전에도 기자가 인터뷰하자고 해서 30주년인 줄 알았다. 40주년도 꼭 기념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걱정과 의심이 교차했다. “왠지 ‘회고전’이라고 하면 은퇴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데다 과연 내가 회고전을 열 만큼 대단한 감독인가 싶기도 해서”다.주위에서 등을 떠밀었다. 지난 9월6~14일 서울 아트나인에서는 ‘정지영 감독 40주년 회고전’이 열렸다. 그의 대표작 여섯 편이 상영됐다. 10월18일 영국에서 개막하는 제8회 런던 아시아영화제에서도 그의 40주년 임보라 목사, 입으로 외치는 100명 대신 몸으로 싸웠던 단 한 명 김다은 기자 어깨에 두르는 무지개 가운이 가로로 누워 있었다. 무지개 십자가와 묵주, 반려동물 축복식 때 썼던 물건도 있었다. 함께 살던 동물 다섯 마리의 사진 옆에는 활짝 웃는 고인의 사진이 세워져 있었다. 임보라 목사다. 1968년에 태어나 2023년 2월4일 생을 마쳤다. 향년 55세. 제주 강정의 구럼비를 사랑하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에 물러섬 없이 맞섰으며 교단 내 성폭력 피해자와 해고 노동자, 철거민 곁에 섰던 이다.3월11일 고 임보라 목사 추모문화제가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원래 임 목사의 모교인 한신대학교 신학대 ‘노란봉투’ 우리가 직접 열어요 [퀴즈쇼 노란봉투] 배춘환(노란봉투 캠페인 제안자) 저와 같이 〈시사IN〉을 읽고 계실 독자님들께 편지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다니 봄날의 소풍처럼 설렙니다. 저는 경기도 용인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 배춘환입니다. 10년 전 〈시사IN〉을 처음 만났고 '독립투사에게 독립자금을 보내는 비장한 심정'으로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뭔가 정보로부터 고립된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거든요.그때 저는 우리나라 3대 신문 중 하나를 구독하고 있었고, 지상파 3사 뉴스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미디어에서 하는 말과 나의 삶 사이에 너무 괴리가 느껴져 제 인생을 해석해낼 팩트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이 연락했다, 당신 언론사를 후원하겠다고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뉴스민> 기자) 지난해 겨울, 경북 구미공단을 찾았다. 이곳에 있는 일본 기업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 하청업체에서 2015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한 달 만에 해고된 사람들을 만났다. 아사히글라스 자회사가 해고된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했으므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1·2심까지 나왔지만, 아직 복직되지 않고 있다. 선배는 공장 앞에서 9년째 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 22명의 이야기를 취재했고, 나는 보조를 맡았다. 대구에서 구미로 가는 차 안에서 해고 당시와 소송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뉴스민〉 홈페이지에 ‘아사히글라스’를 검색했더 시사IN 제805호 - 그 이후의 세계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전혜원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동인 기자 포토IN/‘윤핵관 퇴진 도우미’의 점심시간COVER STORY IN러-우 전쟁 1년, 남 일이 아니다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전쟁의 추이에 걸린 세계와 한반도의 미래는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 침공한 푸틴 논리가 나치즘”ISSUE IN 안철수, 이번엔 진짜 안 철수? 말 바뀌니 달라진 천화동인 1호 주인 올리면 고통 내리면 독, 공공 위기가 핑계가 될 때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정택용·글 정보라(소설가) 세종호텔 동지들은 정규직 직원 부당해고, 노조 파괴, 외주 인력과 비정규직 양산 등 불안정 일자리 확대에 맞서 싸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관광레저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세종호텔은 사회 전체가 일상 회복을 향해 가는 지금 인력을 충원하기는커녕 오히려 해고하고 있다. 위기를 빌미로 노조를 파괴하고 업계 전체를 비정규직, 불안정 일자리로 바꾸려는 행태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위기가 닥쳐올수록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람이 우선이다. [영상] “노란봉투법이 7대 입법 과제 중 하나”라던 민주당, 지금 뭐하고 있어요? [정치왜그래?] 최한솔 PD·김진주 PD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이나 가압류를 당하지 않게 하자는 취지의 법안입니다. 2009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벌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내려진 47억 원 손해배상 판결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법안이 처음 발의된 2015년으로부터 약 7년이 흘렀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당시 직접 만든 철제 감옥 안에 스스로를 가뒀던 유최안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회장은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며 8년 걸린 노란봉투법 끝까지 취재할 다짐 [취재 뒷담화] 고제규 기자 ‘4,700,000,000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부과받은 손해배상액. 십시일반. 10만 분의 1, 4만7000원. 큰아이 태권도 학원비 담아 쓴 크리스마스카드. 발신인 배춘환, 수신인 〈시사IN〉 편집국장. 노란봉투 운동 8년 뒤, 0이 하나 더 늘어난 470억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를 만난 나경희 기자다.원래 월급명세서를 보여주는 기획이었는데?470억원 손배를 당한 이들은 노조 간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유최안·안준호·강인석 부지회장, 이김춘택 사무장. 김 지회장은 2020년 1월 해고. 유 윤석열 대통령, 노란봉투법 제대로 알고 있나? 전혜원 기자 2013년 12월,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배춘환씨는 〈시사IN〉에 보도된 한 기사를 보고 편집국장 앞으로 편지를 썼다. 쌍용차 노조가 손해배상(손배)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였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편지에는 현금 4만7000원이 들어 있었다.〈시사IN〉은 2014년 신년호에 이 사연을 실었다. 독 대우조선해양 파업 후 남은 건 손배 470억원 거제·나경희 기자 최안. 전쟁을 겪었던 할아버지는 그가 최고로 평안한 삶을 누리기를 바랐다. 유최안(40)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 부지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름이 전부 성씨잖아요. 유씨, 최씨, 안씨. 그래서 늘 세 사람 몫을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는 지난 6월22일부터 7월22일까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에 불과한 공간에 스스로를 가뒀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임금인상 30%’와 ‘하청노조 인정’을 요구했으나 결국 하청업체 대표단과 ‘임금인상 4.5%’ 선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파업은 끝났지 손해배상에 갇힌 노동자를 위해, 다시 ‘노란봉투법’ 나경희 기자 배춘환씨는 자녀가 셋이다. 2013년 말 겨울, 막내를 임신 중이던 그는 〈시사IN〉 편집국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봉투에는 현금 4만7000원이 들어 있었다.당시 배춘환씨의 남편은 새벽 2시에 집에 돌아와 아침 6시에 출근했다. 배씨는 과로에 시달리는 남편을 보며 ‘혹시라도 아 기사가 변화를 만들 때, 지역 독립언론은 빛난다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뉴스민> 기자) 가끔 기사가 변화를 만드는 경험을 한다. 다음 아이템에 대한 걱정이 밀려오기 때문에 대체로 찰나의 감정이지만, 이 뿌듯함은 일의 원동력이 된다. 얼마 전에는 문 닫은 공장 입구의 태극기를 새것으로 갈았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경북 영천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 ‘다이셀세이프티시스템즈코리아(다이셀코리아)’는 2012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기업(외투기업)이다. 10년간 공장 부지 1만2000평 무상임차, 법인세·소득세 면제 등의 혜택을 누리고 지난 5월 초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했다. 다이셀코리아에 근무하던 노동자는 130 [포토IN] 지지 않고 예쁘게 피는 공단의 들꽃처럼 구미·이명익 기자 6월30일은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은 지 딱 7년 되는 날이다. 이날 오후 경북 구미에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농성장에 꽃이 피어올랐다. ‘파견미술팀’ 이윤엽 판화가의 그림 위로 해고 노동자들이 색을 입힌 작품 ‘공단에 핀 들꽃 다 이쁘다 다 괜찮다’다. 차헌호 지회장이 직접 붓을 들었다. 그러면서 회사 다닐 때 이야기를 했다.“점심시간이 20분인데 그보다 악독했던 건 잘못을 하면 입히는 붉은 ‘징벌조끼’였어요. 비정규직에게만 씌우는 낙인 같았죠.”2015년 6월30일 차헌호 지회장과 조합원들은 문자로 해고 마침내 복직한 김진숙, 그가 37년간 싸운 이유 부산·나경희 기자 37년 동안 달고 산 통증이 사라졌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년퇴직자가 사진을 찍는 기념비 앞에 설 때도 그랬다. 이튿날에야 몸이 가벼워진 걸 깨달았다. “원래 통증 때문에 깨거든요. 근데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니까 그냥, 기분이 확 좋은 거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하 호칭 생략)이 웃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용접 불똥이 튄 상처가 남아 있었다.1981년 7월, 그는 ‘대한조선공사 선각공사부 선대조립과 용접1직 사번 23733’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일터에는 식당도 화장실도 없었다. “먹고 쌀 공간만이라도 만 드러내지 않는다고 ‘없던 이야기’가 되는 건 아냐 [프리스타일] 임지영 기자 한국어를 배우는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주제는 ‘〈오징어 게임〉과 K-드라마’. 부랴부랴 드라마를 본 뒤 통역을 거쳐 몇 마디 떠들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질문이 없으면 어쩌지?’ 생각하며 화면 속 50여 명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순간 외신을 통해서나 보던 〈오징어 게임〉의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시즌 2에 등장할 놀이를 예측해달라는 질문부터 등장인물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달라는 요청까지 다양했다. 다행히(?) 달고나 체험을 할 시간이 [포토IN] 재개발 문턱에 선 비정규직 노동자의 ‘꿀잠’ 신선영 기자 11월6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식당에서 고소한 죽 냄새가 났다. 꿀잠 상근활동가이자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였던 박행난씨(59)가 대구에서 단식투쟁을 끝낸 한국게이츠 해고 노동자를 위해 준비한 식사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6월, 예고도 없이 해고된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11월4일부터 서울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꿀잠은 차가운 거리에서 한뎃잠을 자야 했을 이들에게 아무 대가 없이 따뜻한 집이 되어주었다.꿀잠은 2015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자는 제 더보기